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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천사

2006.12.04 04:38

이경자 조회 수:1295 추천:35






세상에서 가장 작은 천사




옛날에.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천사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날개와 세상에서 제일 작은 몸과 세상에서 제일 짧은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천사는 이제 자신의 삶 2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고 있었다.
천사는 작은 날개를 파닥거려 보았다. 너무 너무 작아서 시 애 끼손가락크기만도 못한 천사는
조금 센 바람에도 약간 뜨거운 햇볕에도 힘들었지만 천사는 제일 먼저 꽃밭으로 향했다.

“와아.”
그게 천사가 세상에서 제일 처음으로 본 꽃과 제일 처음으로 느낀 꽃 향기였다.
바람도 기분 좋게 분다. 천사는 이제 23시간 30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는 예쁜 노란 꽃 위에 앉았다. 풀벌레들이 다가와 함께 놀았다. 천사보다 큰 날개를
가진 나비와도 함께 날아보았다. 여리고 작은 천사. 너무 약해서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천사는 이제 큰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보통 천사라면 단숨에 갈 거리였지만
천사는 너무 작아서 1시간이나 걸려버렸다. 이제 천사에게는 22시간이 남았다.

“여기서 보니까 다아 나처럼 조그맣게 보이네?”
천사는 느티나무의 제일 꼭대기에서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까 있던 꽃밭도
풀을 뜯고있는 토끼도 기린도 코끼리도 모두 조그맣게 보였다. 작은 천사는 꺄르륵 하고
웃었다. 조금 더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아아, 이젠 어디로 가지?
천사는 생각했다. 그리고는 알에서 태어나기 전 꿈속에서 보았던 별을 떠올려 보았다.

마침 밤하늘에는 예쁘게 별이 떠있는 중이였다. 천사는 아기토끼의 등에 누워서 아기토끼와
같이 별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별도 빛나고 천사도 빛난다. 해가 질 때쯤에 태어난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는 이제 20시간을 남겨놓고 있다.


천사는 눈을 감아 보았다. 들리는 밤의 소리. 풀들이 흔들리며 예쁘게 춤추고 어디선 가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는 이 밤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
천사는 작고 작은 팔을 뻗어보았다. 그러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금방 손에 잡혀버리고 만다.
그리고 ‘후’하고 바람을 불면 별을 잡은 작은 손에서 별은 금세 저만치 날아간다.
천사는 너무 작아서 주위에서 들리는 조금이라도 큰 소리는 시끄럽고 떨어지는 나뭇잎이라도
있을라 치면 금방 깔릴 테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아기토끼는 어느새 두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잇차. 이제 꽃도 보고 세상도 보고 별도 봤으니까 뭘 보지?”
작은 천사는 보고싶은 것이 많았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얼마 없었지만 천사는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둘러보고 남은 19시간 40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싶었다.

천사는 순간 ‘사랑’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날기 시작했다. 달빛에 의존해서 날던
천사는 냇가에 쓰러져있는 여우를 발견했다. 그런데 여우는 축 늘어져서는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천사는 여우에게 다가갔다.

“여우님. 왜 그러세요?”
여우는 끼잉 거리며 발을 가리켰다. 발에는 상처가 있었다. 천사는 그걸 보고 굉장히
안쓰러웠다. 더 많은 것을 보러 날아야 했지만 천사는 여우의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쪽 날개를 때어 여우의 상처 부위에 대어 주었다.
너무 작아서 그리고 천사의 힘은 너무 약해서 치료효과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천사는
여우의 어미가 올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키이잉. 키잉.”
한시간이 지났을까. 여우의 어미가 왔다. 어미는 여우의 상처를 핥아주며 천사에게
고맙다는 듯 울었다. 그리고 여우가 내민 것은 굉장히 작은 신발이었다. 풀잎으로 만든
신발은 이제 한쪽 날개로 날지 못하는 천사를 위해 어미 여우가 준 선물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는 신발을 신고 기쁘게 여우들에게 인사하며 다시 걸었다.
이제 18시간이 남았다. 그런데 만남은 또 계속 되었다. 두 번째 만남은 붉은색의 나비였다.

“나비님. 왜 날지 않나요?”
붉은 나비는 자세히 보니 거미줄에 걸려있었다. 천사는 다시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이제 한쪽밖에 남지 않은 날개를 때어 거미줄을 감아 나비를 구해주었다.
비록 날개에는 거미줄이 잔뜩 감겨서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비는 천사에게 지팡이를 하나 주었다.

그리고는 예쁘게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천사에게는 17시간 20분이
남았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거미가 오고 있었다. 거미는 지금 굉장히 배고프다고 말했다.
천사 때문에 자신의 먹이가 달아나 버렸고 거미줄까지 없어져 버렸다.
“미안해요. 난 나비를 구해주고 싶었어요. 그 대신 제 팔을 드릴게요.”
작은 천사는 배고픈 거미에게 자신의 팔을 주었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시 걸었다. 아직도 밤하늘에는 달이 떠 있고 별들이 반짝인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몸에 옅게 남아있는 꽃 향기는 향기로웠다. 천사는 아무런 목적 없이 걸었다.

‘사랑’을 찾아서. 그렇게 계속 걷다가 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바람이 불고 다시
별을 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에겐 10시간이 남았다. 이제 해가 떴다.
감히 어떠한 색이라고 말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하늘 위에 어제 누웠던 토끼의 품 만큼이나
포근할 것 같은 구름은 떠다닌다.



“어이쿠!”
“괜찮으세요?”
그때 천사는 누군가와 충돌했다. 바로 개미였다. 개미는 등에 콩 하나를 무겁게 짊어지고
가고 있었는데 앞에 누군가를 확인 하려는 듯 두 눈을 껌벅거렸다.
“죄송해요. 제가 앞을 잘 보지 못해서….”
“이런. 매일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괜찮습니다.”
그때 천사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아아,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괜찮다면 제 콩을 드시겠어요?”
“정말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천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콩’이란 것을 먹었다. 사실 음식이란 걸 처음 먹는 것이긴
하지만 천사는 개미에게 굉장히 고맙게 느끼고 콩도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개미에게 뭔가 해주어야 겠다고 느꼈다.

“개미님께 제 눈을 드릴게요.”
“네? 아니오. 그러면 천사님이 불편 하시잖아요.”
“으으음. 전 이제 8시간밖에 살지 못하는 걸요. 많은걸 봤지요. 이제 들으면서 걸으면 되요.”
천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반쯤 남은 콩과 자신의 눈을 개미에게 주고는 천사는
다시 걸었다. 돌멩이에 부딪히고 나뭇가지에 긁혔지만 천사는 상관없었다.
이제 예쁜 소릴 들을 것이다. 천사가 가장 먼저 귀 귀울 인 소리는 사람의 소리였다.
“아니에요. 형님이 더 가져가세요.”

“아닐세. 저 번 해에도 내가 3자루나 더 가졌는걸.”
“하지만 저희 집은 가족이 5명이고 형님은 7이잖아요. 사양 마시고 가져가세요.”
눈이 없어서 더 이상 볼 수는 없었지만 두 형제는 서로 뭔가를 양보하고 있었다.

그것에 작은 천사는 굉장히 행복함을 느꼈다. 두 사람이 하는 대화에서 뭔가 따듯하고
아끼는 마음이 천사의 작은 심장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천사는 두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주기로 했다. 천사는 자신의 코로 형제에게 축복을 내렸다. 이제 향기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고 하나의 손과 귀가 있지 않은가. 천사는 행복해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더 듣다가 다시 걸었다. 이제 6시간이 남았다.
천사는 계속 누군가를 만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제 천사에겐 단 10분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작은 천사는 이젠 팔도 다리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자신도 뭔가 느꼈으니까. 단지 ‘사랑’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굉장히 고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소리였다.
천사는 더욱 그 소리에 집중했다. 그 소리는 바로 자신의 옆에서 나는 것이었고
천사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크게 소리쳤다.
“당신은 누군가요?”
“…세상에. 이렇게 작은 천사가 있다니.”
역시 목소리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제일 작은 천사는 생각했다.

“난 마족이야. 내가 무섭지 않나? 뭐… 이젠 다쳐서 얼마 살지도 못할 테지만.”??
설마 자신만 하겠는가. 이제 천사에겐 7분밖에 남지 않았다.
“전 7분밖에 살지 못해요.”
“그렇군. 넌 그렇게 작으니…. 슬프지 않나?”
“아니오.”
“너의 날개와 몸들은 다 어디 간 거지?”
“나누어 주었어요.”

“이상한 천사로군. 짧은 생을 산다면 자신의 몸을 더 아껴야 하는 것 아닌가?”
천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마족이로군요. 짧은 생을 산다면 자신의 몸을 주어서라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해요.
전 이렇게 살아있고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나는 그 하루동안 꽃도 보았고
세상도 보았고 별도 보았고 향기를 느꼈고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리고 지금 당신의
노래를 들었죠.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내 심장에 새겼어요.”


“……이상한 녀석이군.”
“당신은 이제 죽나요? 아아… 당신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하지만 느낄 수 있어요.
굉장히 아름다워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게 해주었으니 당신께는 제 심장을 줄게요.
천사의 심장은 어떤 병이든 낳게 해주니까요.”
“그럼 넌 죽잖냐.”
“전 이제 3분밖에 살지 못해요. 어서요. 제 심장이 죽어버리기 전에.”

천사는 마족의 손바닥 위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가슴에서 서서히 무언갈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밝고 환하게 빛나는 구슬이었다. 엄청 작은 구슬을 마족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천사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너의 이름이 뭐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
천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이제 천사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
모두들 천사를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해서 슬픈 작은 천사’라고는 하지 않았다. 마족은 작은 구슬을 삼켰다.

그 구슬에서는 굉장히 따듯한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기토끼의 등이 얼마나 포근한지…
별들이 얼마나 예쁜지. 꽃들과 바람. 그리고 느티나무 아래에서 본 세상. 여우에게서 받은
신발과 나비에게서 받은 지팡이. 개미가 준 콩. 형제의 우애. 산들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햇빛이 아끼는 세상. 모두 베풀고 아끼고 배려하는 ‘사랑’하는 마음.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가장 사랑스러운 천사여….”
천사는 행복했을 것이다. ‘사랑’ 이란 것을 가장 잘 알고 잘 느끼고 잘 실천한 제일 작은 천사.
옛날에.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천사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날개와 세상에서
제일 작은 몸과 세상에서 제일 짧은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천사는 마지막 1분의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었다.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천사였지만
어느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랑을 하는 천사에게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해서 슬픈 작은 천사’라고는 하지 않았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얼마만큼 큰. 혹은 작은 천사입니까?
너무 작은 자신을 싫어하면서 원망하면서 살지는 않았습니까?
하지만 당신도. 당신도 꼭 사랑을 베풀 수 있어요.
예쁜 날개로는 나비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죠.
두 손으로는 아기여우를 안아 줄 수 있죠.
두 발로는 개미와 함께 걸을 수 있죠.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볼 수 있죠. 들을 수 있어요.
자. 이제 당신의 24시간은 어떻게 보내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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