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엄마가 미워! (이경훈)

2006.10.07 07:10

이경자 조회 수:1724 추천:41




엄마! 오늘은 엄마가  미워!


엄마! 내가 엄마를 처음 만난게 벌써

53년전이야 내가 만난 엄마는 평안도

정주생으로 심성이 착한

건강한 처녀였었대.

손귀한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오셔서

딸아이만 넷, 아니, 여섯이나

줄줄이 낳았으니  그시절  

시집살이 좀 하셨겠지?


드디어 일곱번째에 첫아들을 낳으면서

엄마는 세상에 부러울께 없었을꺼야.

그후로 둘째, 셋째 아들들을 낳았으니

엄마눈에 보이는게 있었겠어?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등에업은

아들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움짖던

엄마의 모습, 얼마나 아들이

자랑스러웠으면 나 애기때 사진은

온통  ”꼬추” 내놓은 사진들 뿐이야?  

괜찮아 엄마.

고놈  “꼬추”  참 잘 생겼더라구!


엄마는 극진히도 아버지를 받드셨어.

밤새 수술후 새벽에 들어오셔서

곤히 주무시는 아버지, 혹시 깨실까봐

칼, 도마들고 저기 뒤켠 광으로 가셔서

조심스레 아침준비를 하시곤 하셨지.

엄마는 어린 우리들 에게 아버지

깨지 않으시게 발꿈치 들고 사뿐히,

조용히 다니라고

그렇게 염려하셨어.

이렇케 엄마의 취미는 아버지였고,

엄마의 삶의 목적도 오직 아버지였어.


이런 가운데 엄마는 일곱자녀를 단순한

사랑으로 키우셨어.

한번은 나 맞아 죽는줄 알았다!

요놈 개구쟁이 막내 태훈이와 싸운다고

우리엄마 연탄집게 집어들고

쫓아올때 난 죽을힘을 다해

대문밖으로 도망쳤지.

대문밖에서 서성대며 눈치보다

저녘때쯤 슬그머니 기어들어와

누나들 틈에 끼어 숨어있으면 엄마는

모른체 하셨지 식구가 많으니까

숨어 있기도 좋아, 엄마!

막내 태훈이 큰거 좋아한다고

계란 후라이 하나

“라지 사이즈 피자” 크기만하게 부쳐주면

태훈인 입이 귀까지 벌어지며 좋아 했었어.


미국에 오셔서 어려운 시기에 조용히

가정과 교회를 돌보셨어.

조금이나마 생활비, 용돈 버시겠다고

엘에이 다운타운 봉제공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버시겠다고

소변도 참아가며 열심히 

“밟아라 삼천리” 재봉틀 밟으시고,  

손끝 바늘에 찔려가며

그렇게.........사셨어.

모시러 올라가면 “우리 아들이에요,

우리 아들이에요” 하시며

옆의 아주머니들에게 사랑하는 아들

자랑하시던 우리 엄마!


지난봄,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마침 엘에이에 와있던 난 삼일밤을

엄마곁에서 지새었지.

엄마 침대옆 의자에 앉아 잠들려는 내게

링겔줄, 전기, 산소줄들을 헤치고 일어나시며

나보고 침대에서 자고

엄마가 의자에서 자겠다고 고집부리셨어.

그뿐아냐,  끼마다 나오는 식사,

엄마는 배 안고프니까

나보고  ”잡수어, 다 잡수어” 하시기에

한참 싸웠다. 나 참!, 누가 환자인지!

엄마, 제 정신이었수?


엄마! 늘 할아버지의 신앙심을 받드시며

매일, 매일 기도 하시더니

이제 우리 칠남매,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

이렇게 다 교회 안에서 열심히 생활하니

얼마나 행복해 하셨어?



최근엔 그렇게 외로워 하시며 전화할 때마다,

“보고싶다!”, “자주와라!” 하시더니...나 이렇게

엄마곁에 왔는데, 잠만 주무시냐?

“ 한말 또 하고, 물어본말 또 묻고, “

너희 어디사니?”, “너희 애가 몇이지,?”

한번 전화에 아마도 열번은 그러셨을꺼야.

그렇게 전화끊고 나면

난 가슴이 메어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엄마!  나, 우리, 엄마를 너무 너무

사랑하는데,

또 엄마사랑 받고싶은데,

이렇게 잠만 주무시니까,  

엄마가  참~  밉다!



한말 또하고 물은말 또 물어도 좋으니까

엄마 목소리 한번만이라도

들려주라! 지금은 안되?  

그럼 엄마 약속해..

예수님 오실때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셔야해, 알았지?

그때 이렇게 물어볼꺼지 ?

“여기가 어디니?”.  

그래, 내 말할께.

“엄마, 여긴 하늘나라야!

이젠 외롭지 않아,

우리 다 같이 사는거야”,  라고.....


엄마! 사랑해!




사랑하는 둘째 아들, 경훈이가,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슬퍼하면서..........
.
2006년 10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