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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의 꽃

2007.06.22 13:55

Katherine 조회 수:2485 추천:32







검은 대륙의 꽃 / 박소향


멸균되지 못한 최악의 세포들이
숨죽인 탯줄마저 바삭하게 태우고
사하라의 모래처럼 빠져나간 영혼들이
상접한 뼈 울음으로 젖는 땅

지구 한 쪽은 풍요와 비만으로 휘청거리고
지구의 또 한 쪽은
보장받지 못한 굶주림으로 휘청 거린다

그들의 한 끼 식사 백 원
기아로 죽어가는 숫자 일 년 오 백 만 명
한국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일 년 십 오 조원
오백만명이 이십 칠년간 먹고 살 수 있는 음식의 양인데
낮은 숨소리마저 꽃으로도 때리지 못할 여린 상처
그 위에
동통으로 서성대는 검은 대륙의 열기

내전으로 인한 가족의 몰살과
무방비 상태로 성폭행을 수없이 당해온 소녀와
뼈만 남아 기아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사람들과
에이즈에 걸린 남편을 두고 무엇이든 구걸하러 가는 여인

인생은 결국 혼자이지만
그 삶 앞에
많은 단어나 말은 필요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이기 이전에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다면
단 하나 우리의 사랑은 성공한 것이다

함께 공존하고 느낄 수 있는 가슴을 조금씩만 열자
그리고
그들의 검고 야윈 손을 한 번씩만 잡아주자

오래지 않아 절대사절의 문을 부수고
기억의 이름으로 문을 두드릴 검은 꽃 위에
그들의 뼈와살에 남아있는 오감 위에
세상은 공평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우리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남은 몫이다


2007년 5월 28일 박 소향  

[인생은 안주가 아니다 사랑은 숨길 수 없는 자유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실천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자신의 능력과부에 안주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위해 봉사하는
가슴 따뜻한 손길들에게 그리고 아프리카 그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휴먼메신저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