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너밖에 없어

2011.02.16 23:21

Lamo 조회 수:4271


 


◈ 그래도 너밖에 없어 ◈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