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밝히는 기도

2012.01.18 10:06

admin 조회 수:749

새벽어둠을 밟으며 가는 길에는 언제나 발자국소리와 함께합니다. 지난여름 내내 나뭇가지에서 내려다보던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가을 새벽 숲은 외롭지 않습니다.

아직 숲에 하늘의 빛이 내려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벽 숲에서의 기도가 행복합니다. 어둠 가운데 기도를 시작하지만 기도의 줄을 다 풀어 놓으면 하얀 늦가을 햇살이 하늘에서 내려와 산꼭대기 제일 높은 가지에 기도응답처럼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벽어둠이 자리한 숲으로 들어가지만 영혼은 이미 새벽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인생에도 언젠가는 새벽빛이 늦가을 밤 추위를 이긴 숲처럼 밝아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가야 할 인생길에 새벽어둠이 내려앉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변함없이 어둠 속에서도 기다리는 하늘을 보며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새벽추위를 견디어 가며 하나 둘, 기도의 등불을 나뭇가지마다 밝혀놓을 때 숲으로 찾아오는 아침처럼 인생에도 새로운 날들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