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호님으로 부터 온 소식

2011.12.30 10:26

Sunny 조회 수:4115

지금 막 금요일 저녁 예배를 보고 돌아 왔습니다.
아침 식사하고 진주에 나가서 장 좀 보고 목욕하고 예배보고
돌아와 화부는 군불 때러 나가고 나는 이메일을 합니다.
 
여기는 구정을 보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새해라서
하던대로 떡국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합니다. 근데 왜 진주까지
갔냐구요? 신선한 양상추가 며칠 전부터 자꾸 생각나길래
중앙시장에 갔더니 하나에 삼천원이라네요. 눈 딱 감고 하나
샀습니다. 제주 감귤 한 상자에 만오천원, 사과7개에 만원,
먹음직스럽게 커다란 배 3개에 만원 주고 사고 냉이도 콩나물도
2천원어치씩 사서 명절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장터에서 산 만원짜리 내 솜바지가 좋다고 하나 더
사자고 해서 안장로 설빔으로 하나 샀습니다.
 
곶감은 차라리 미국이 더 싸네요.
윗집 할머니에게 감말랭이 한봉지에 만오천원을 지불했습니다.
(1겔론백 보다는 작고 쿼러백 보다는 좀 큰봉지)
곶감산지이고 정품도 아니라서 싼줄 알고 주문했는데
그냥 할 수 없이 샀습니다.
 
어제 5일장에서 싱싱한 겨울 시금치를 2천원어치 사서 간장, 고추가루,
깨소금, 마늘, 파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 넣어 생절이를 해먹으니 너무
맛있어 입맛이 돌더라고요. 혹시 잔잔한 한국 토종 시금치
구할 수 있으면 그렇게 드셔보세요.
 
교회에서 언제서부터 버리지도 않고  사용했는지도 모르는
일회용 플라스틱 하늘색 컵을  교우들이
뜨거운 물을 따라 마시고 있어서 마음이 안좋아 스텐레스 컵을
30개 사다가 놓았습니다.
다들 소박하게 단순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라서 멋내는 옷도 구두도
가방도 다 필요 없는 곳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삽니다.
 
책방을 찾아 보아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5일장이 서는 시천면에
'선비마을 작은 도서관'을 어제 찾게 되어 무료로 책을 빌려 와서는
굶주렸던터라 오후에 시작해서 잘 때까지 2권을 끝냈습니다.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횡재를 한 기분이 듭니다.
 
어쩌다 그냥 뽑아든 책인데 시인이며 의사로 미국에서 은퇴한 마종기님의
책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그리고 제주도가 좋아 그곳으로 이주해 살며
가난해서 때로는 끼니를 굶으면서도 제주를 사진에다 담았던 그러나
루게릭이라는 병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김영갑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라는 책을 읽고 오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나는 얼마나 헐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부끄러웠습니다. 자꾸만 부끄러웠습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더 행복하십시요.
 
대숲이 아름다운 곳에서,
 
에스더 드림